
전형적인 일본연애소설
그래서인지 익숙하다 못해
질려버린 느낌이다
이 소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를 나는 하루 만에 다 읽었다.
그만한 흡입력이 있음에도 나는 이 소설을 최근 읽은 일본 소설 중 아랫줄에 있다고 평가하는데 왜인지 알려주겠다.
1. 전형적인 일본소설
이 새끼는 뭔 소리냐? 일본소설 대부분이 감성적인 건 알고 있고 비슷하지 않냐? 그래서 더 먹기 쉽지 않냐?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했다.
일단 갑작스럽지만 다른 유명한 일본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줄거리를 압축하자면
1. 운명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우연으로 여주를 만남.
2. 남녀 중 한 명이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음
3. 평범한 고등학생이라는 남자 설정
4. 작중 주인공이 위기를 통해 성장하지만 이후 갑자기 한 명이 죽음
이거를 고대로 빼다 박은 게 이 소설이다.
그래 뭐 몇 개 비슷한 거면 나도 이해한다. 애초에 순수한 창작이란 건 존재할 수가 없으니까
근데 이건 자잘한 스토리가 아니라 책의 중심점이 되는 흐름을 그대로 복사해 버리니까
내가 설마 이러겠어?라고 예측한 내용이 그대로 나오니까 읽으면서 흥미가 급감해 버린다.
그래도 뭐 괜찮다 비슷한 소설이 한두 개도 아니고 재밌으면, 맛있으면 장땡 아닌가?
2. 재미가 없다
안 괜찮다. 이 소설은 별로 재미가 없다.
왜? 일단 위에서 말한 예상가능한 스토리라는 것.

그냥 책뒤편에서 이 책 내용의 핵심을 찌르는 스토리를 냅다 불어버린다.
난 이 부분이 조금 이해가 안 가는데 그냥 제목과 함께 '인기녀에게 고백했는데 그녀가 받아줬다 왜?'라는 식의 설명을 하는 것과 냅다 스포일러를 해버리는 것
독자가 느끼는 흥미는 비슷하지 않나? 싶다
그래도 워낙 이런 소설이 많이 나오기에 출판사로서 어떻게든 보게 하려고 선행성 기억상실증이란 것을 말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선행성 기억상실증이면 예상되는 스토리가 뭐 한두 가지도 아니고
어제 했던 거 또 하고 뭐 자기가 써놓은 메모 보고 울고 뭐 친구랑 깊게 못 사귀고 이런 스토리상 위기가 너무 당연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위기가 위기 같지 않고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지나가게 된다.
그리고 나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그럭저럭 봤었는데 그 이유가 췌장이 먼저 나온 이유도 있겠지만
가장 큰 건 등장인물들이 의외성을 지니고 있어서다.
그 책에서 보면 껌 씹겠냐고 물어보는 친구가 등장하는데 다른 친구들은 대부분 주인공이 인기녀와 사귀며 데이트하는 것을 질투하고 욕하지만 그 친구는 아무렇지 않게 주인공의 버려진 슬리퍼를 주워주고 '이거 왜 버렸냐?' 라며 무심하게 물어본다. 그리고 주변이 어떻든 주인공에게 항상 일관되게 대해준다
그래서 이런 매력적인 캐릭터 하나하나가 모여 흥미를 만들어내고 소설이 살아있게끔 만들어줬다.
근데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친구란 놈은 괴롭힘 당하다가 전학 가버리고
아빠는 가족부양하기 힘들어서 소설로 도피하고
누나는 소설 쓰겠다고 가족 버리고 도망가고
여주 친구는 그냥 친구고
뭐 인상적인 게 별로 없다. 내가 기억나는 게 없는 건지 작가가 전달을 잘 못한 건지
나는 위 등장인물이 왠지 모르게 작가가 뒤에서 조종하는 듯한 느낌이라서 싫었다.
소설로 도피하는 아빠만 해도 왠지 작가 본인이 소설을 좋아해서 가끔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욕망에서 태어난 인물 같아서 별로였다.
3. 의미가 없다.
나는 소설이란 자고로 의미와 재미. 둘 중 하나를 잡거나 아니면 둘 다 잡으면 명작이 된다고 생각한다.
근데 이 소설은 의미가 뭔지 모르겠다. 작가가 전하고 싶은 말이 뭔지 모르겠다. 왜 이런 부분이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모르는 거 투성이다. 작중 위기랍시고 주인공 가족사정을 끌고 와서 뭐 아버지가 소설 핑계로 일 똑바로 안 하고 누나는 그거에 지쳐 소설 쓰러 도망갔다고 하는데 왜 둘 다 잡을 생각은 안 하나?
일하면서 소설 쓰면 되고, 집안일하면서 소설 쓰면 된다. 무슨 일을 새벽 6시부터 12시까지 하는 것도 아니고
청소, 설거지, 빨래 다하는데 얼마나 걸리겠냐? 1시간이면 끝이다. 근데 뭔 시간이 없고 힘들다고 지랄인지 학교에서 소설 쓰던가
이게 위기냐?
그러다가 주인공이 여주가 열심히 하는 거 보고 각성했다고 하고 갑자기 아빠한테 진심으로 한소리(소설을 도피행위로 쓰지 말라고) 하니까 가족평화?
옘병하네
솔직히 내가 이해 못 하는 걸 수도 있다.
근데 억지 위기 같다면 기분 탓일까?
그래서 결말은 갑자기 주인공은 심장병으로 죽으려고 하자 자기는 여주가 슬픈 것을 보지 못하겠다고 자기의 흔적을 지워버리지만 여주는 평소 자기가 소중한 것을 놓는 곳에서 주인공을 그린 그림을 보고 어찌어찌해서 위 사실을 깨닫고 슬퍼하면서 끝없이 주인공을 추억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제일 중요한 이 결말이 작가가 뭘 얘기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슬픈 거 아니냐? 맞다 슬픈 스토리다.
근데 나는 뭐 어쩌라는 거지?라고 먼저 생각하게 된다.
주인공이 심장병에 걸린 시점부터 벌써 내 머릿속에는 결말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 속에서 의외성이나 깊은 의미가 담겨있었나? 그것도 아니라서 난 허무함 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도 이 작가의 기본 필력은 평균선에 결코 떨어져 있지 않다. 오히려 일본 특유의 밤, 새벽, 노을 등의 감성을 매우 잘 살리고 문체가 아름답다.
글 속에서 노을이 진다면 이를 자세하게 표현하지 않고 스토리가 흘러가는 분위기만으로 읽는 이로 하여금 서글픈 노을을 떠올리게 만든다.
또한, 주인공과 여주가 여러 데이트를 하면서 꽁냥꽁냥 거리는 것을 보면 미소가 나올 정도로 자연스럽고, 설레며, 다음엔 뭘 할지 기대가 된다.
그러나 나는 작가가 유명한 일본소설을 딥러닝한 ai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너무 당연한 스토리에 질린 것도 사실이다.
결국 평가는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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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다' 등 유명한 일본소설을 읽고 좋아한다면 너무 뻔한 스토리에 실망할 것이고
그게 아닌 일본소설을 처음 접한다면 특유의 분위기로 당신을 사로잡아 나쁘지 않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후 후속작이 나온다는데 글쎄,
도서관에 들어와 내 눈에 띄지 않는 이상 볼 가능성은 극히 낮으리라